‘왜 집에만 돌아가면 다시 아프지?’ 가정방문까지 한 서울대 동물병원 수의사들 작성일Date: 2024-10-0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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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마데우스 조회 216본문
‘왜 집에만 돌아가면 다시 아프지?’
지난해 7월경 서울대 동물병원으로 의뢰된 4년령 암컷 포메라니안 환자 ‘토토(가명)’는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 서울대로 오기 전 지역병원에서부터 용혈성 빈혈로 수혈 치료를 받았는데, 병원에서 회복됐다가도 집으로만 돌아가면 다시 문제가 재발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서울대 동물병원 유민옥 임상교수팀은 산화적 독성으로 인한 용혈성 빈혈을 치료하면서도 원인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빈혈에서 회복되면 병원에선 멀쩡했는데, 퇴원하기만 하면 문제가 재발했다. 유 교수가 직접 자신의 집에 데려가 보기까지 했다.
그렇게 토토가 10번째 입원을 마치던 날, 서울대 진료진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가정 방문까지 진행했다. 의심되는 독성물질을 찾기 위해 가스분석기까지 빌려갔다. 보호자의 집에서는 방향제, 향수, 스프레이 등 수많은 향기 제품(fragrance products)이 확인됐다.
용혈성 빈혈-수혈-퇴원을 반복하면서 토토는 3개월여간 수혈만 11차례 받았다. 나중에는 수혈할 혈관을 찾을 수 없어 수술적으로 중심정맥에 접근하는 수밖에 없었을 정도였다.
유 교수팀이 고압산소 치료를 적용한 이후에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 발생하긴 했지만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데 성공했다.
보호자의 집에만 돌아가면 문제가 재발하니 토토는 병원에 입원한 채로 3개월여를 보냈다. 유 교수는 “입원만 하면 괜찮아졌다. 병원 강아지처럼 지냈다”면서 “저희 집에도 데려가봤는데 별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독성물질 섭취도 확인되지 않았고, 유전병 검사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남은 실마리는 보호자의 집뿐이었다.
유 교수팀은 마지막 퇴원을 준비하면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가정방문을 진행했다. 내과 전임수의사인 이설리 팀장이 다른 수의사 3명과 함께 보호자의 집을 방문했다. 독성가스를 감지하는 가스탐지기를 구해 토토가 평소 산책하는 경로에 있는 음식점이나 점포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렇게 찾은 보호자의 아파트에는 향수와 디퓨저 등 향기 제품이 즐비했다. 평소에도 화장과 향수를 즐겨 사용하는 보호자였다. 그렇게 향기 제품 15종 이상을 파악한 진료진은 이들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향기 제품 사용 중단을 권고한 후 토토는 곧장 병원에 돌아오지 않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인 상태를 이어갔다.
하지만 5개월여가 지나 진료진은 ‘다시 갈색 구토가 재발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제서야 보호자는 향기 제품 사용을 모두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았음에도 사실은 헤어스프레이 1종(D제품), 향수 2종(L제품, G제품)만 사용을 중지했다고 털어놨다. 이중 헤어스프레이 D제품을 다시 쓰자마자 토토의 증상이 재발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스프레이 형태로 개에게 노출됐을 때 메트헤모글로빈혈증과 용혈성 빈혈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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